2004년 올림픽 준비가 한창인 5월의 아테네

2004년 올림픽 준비가 한창인 5월의 아테네 )

아테네

  그리스의 5월은 여행객들로 붐빈다. 특히 유럽관광객들이 많다. 고대 유적의 도시 아테네는 지금 2004년 올림픽 준비로 한참 바쁘다. 도로를 포장하고 길을 넓히고 유적들의 복원하고 내부수리 중인 박물관은 모두 휴관이다. 제1회 근대올림픽이 열렸던 1896년 이후 약 1세기여 년만에 아테네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계기로 새롭게 도약하려는 의욕적인 의지가 곳곳에서 느껴진다.

   회색 빛 거대한 도시 아테네는 지극히 복잡하고 현대적인 도시여서 옛날을 느낀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유적지마다 넘치는 관광객을 보면 여기가 서양 고대문명의 발상지임을 실감케 된다. 그리스 고대유적의 하이라이트인 아크로폴리스 언덕의 파르테논 신전과 에렉테온 신전 앞을 물밀듯이 몰려오고 몰려가는 사람들의 물결에 어지럼증 같은 현기증이 일기도 한다. 신전의 거대함만큼이나 거대한 인파가 쉼없이 오고간다.

아테네 아크로 폴리스의 파르테논 신전

파르테논 신전 북쪽에 있는 에렉티온 신전

  기원전 438년에 완성된 파르테논 신전은 신전을 짓는데 15년이 걸렸다고 한다. 10m높이의 46개의 장중한 기둥은 직경이 2m나 되고 2500여 년 전 신전이 세워졌을 땐 신전 전체가 조각상과 부조로 꾸며진 하나의 큰 예술작품 이었다고 하니 신전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의 소장품을 보며 아테네의 최전성기인 파르테논 신전이 세워졌을 당시의 고대도시 모습과 그 역사를 조금은 더 상상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높은 언덕 위의 도시'라는 뜻의 아크로폴리스의 중심 파르테논 신전이 인류의 자부심으로 우뚝하다.

  석회석 돌산 위 아크로폴리스에 내리쪼이는 뙤약볕이 몇 시간만에 살갗을 브라운 색으로 태우고 물 2L을 다 마시고도 갈증은 가시질 않는다. 닫힌 공간을 열어주듯 탁 트인 전망은 아테네를 360°조망하는데 막힘이 없다. 저 멀리 파란 물빛의 지중해가 아득히 작은 조각천처럼 보인다. 더위와 갈증으로 지친 몸이 허물어진 신전 터 돌 위에 몇 천년 세월을 깔고 앉았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지나간다. 그들이 흘리는 구슬땀과 휠체어를 돌리는 불거진 팔뚝의 근육이 신전만큼이나 신성해 보인다. 신전 그늘엔 들개들이 늘어져 자고있고 돌기둥이나 석판엔 엄지손톱 만한 달팽이들이 징그럽게 기어다닌다. 아크로폴리스를 떠날 줄 모르는 나와 들개들 그리고 달팽이들이 한낮 무작스레 내려 쬐는 뙤약볕에 무력하게 늘어져 있다.

아크로폴리스의 극장과 파르테논 신전

아테네의 노천 식당에서의 점심 식사

  파르테논 신전을 뒤로하고 아크로폴리스 언덕을 내려오다가 오픈카페 타베르나에서 늦은 점심식사를 했다. 생선튀김과 사라다 그리고 맥주 한잔. 상술 좋은 지배인은 우리가 한국사람이라는 걸 알고 자기는 한국인을 좋아한다며 서툰 발음으로 안녕하세요, 김치, 불고기 등을 말한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아오나 보다. 친절하고 명랑한 지배인의 유머가 똑 쏘는 청량음료 같이 더위를 식혀주다.

신타그마 광장 보행자 거리의 노점상

  저녁 산책길에 나선 우린 신다그마 광장까지 왔다. 신다그마 광장은 현대 아테네의 중심이고 얼굴이다. 주말이어서 부티크나 샌들가게들은 모두 문을 닫았고 광장의 보행자 거리엔 야시장이 섰다. 액세서리와 공예품, 그 외에 그리스적인 아이디어 상품들을 팔고있었다. 유명한 그리스 조각을 만든 후예답게 손재주의 정교함과 화려함, 센스와 감각 그리고 상술까지 모든 게 수준급이다. 긴 여행에 짐이 될까봐 아이쇼핑만 하는 아쉬움이 컸다. 볼거리를 기웃거리며 걷다보니 어제 밤에 왔었던 폴라카 지구까지 왔다. 아테네의 옛모습이 남아있는 구시가의 중심 폴라카의 밤이 화려하다. 불야성을 이룬 좁은 골목길은 타베르나도, 기념품 가게도, 샌들과

가죽제품을 파는 상점들도 관광객들로 만원이다. 아테네의 현재를, 현실을, 그리고 꿈을 향한 열망을 알 수 있는 이 곳은 밤 깊어 가는 줄 모른다. 여행객들의 들뜬 열기를 식히기라도 하듯 아크로폴리스 언덕의 파르테논 신전이 싸늘한 조명등 불빛에 홀로 환하다. 우리는 타베르나에 앉아 밤하늘에 떠있는 파르테논 신전을 본다. 불볕더위와 수많은 인파 속에서 우뚝하던 낯의 파르테논 신전이 중후하고 장중한 모습으로 인간을 압도했다면 싸늘하고 냉엄한 느낌의 밤의 파르테논 신전은 인간의 나약함과 겸손을 생각하게 한다. 어둠 속에서 홀로 빛나는 신전을 보며 2500여 년 전 사람들의 기원을 생각해본다. 나도 마음속에 신성한 파르테논 신전 하나 지어놓고 기원하는 마음으로 살고 싶다. 남은 인생을….

포석이 깔린 좁은 언덕길은 천천히 걸어 내려온다. 아주 서서히 여행에 익숙해져가고 있는 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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