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 5일간의 꿈의 에게해 크루즈

 

2003. 5. 12 월요일. 맑음(여행 9일째날)

아테네-미코노스

  4박 5일간의 에게해 크루즈가 시작되는 날이다. 아침 일찍 호텔을 체크아웃하고 나왔다. 건너편 주차하우스에 둔 차에다 짐을 모두 실어놓고 크루즈에 필요한 짐만 챙겨 피레우스항으로 갔다. 호화 여객선 Triton이 당당하게 항구에 접안해있었다. 일찍 트리톤 사무실에 도착한 우린 승선이 시작되는 9시가 되길 기다렸다. 기분이 붕∼ 뜨는 것 같았다.

  승선이 시작됐다. 품위 있는 승무원들의 정중한 인사, 붉은 카펫이 깔린 계단과 복도, 잔잔히 흐르는 음악, 푸름이 청청한 관상수들, 반짝반짝 윤이 나는 실내 장식들, 우아하고 고급스런 선내 분위기가 우리를 Level Up 시킨다. 승무원이 일일이 캐빈까지 안내를 하고 캐빈의 문을 열어준다. 포근하고 아늑한 침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우리 캐빈은 D39다.

 벌러덩 침대에 드러누웠다. 참 좋다. 정말 좋다를 연발하면서. 정성스레 대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좋다. 갑자기 귀족이 된 듯한 느낌 좋다. 그래서 우쭐한 느낌까지 든다. 천신만고 끝에 이상향에 도달한 것 같은 느낌이 좋다. 하여튼 최소한 4박5일 동안은 떠돌이 나그네의 고달픔에서 벗어나 고급스레 먹고, 보고, 즐기고, 잘 수 있다는 사실이 무조건 좋았다.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란 말처럼 나는 지금 달콤한 꿈을 꾸고 있다.

  트리톤호는 11시에 출항했다. 미코노스, 터키 쿠사다시, 로도스, 파트모스, 멀리 크레타 섬까지 가는 에게해 크루즈 여행이 시작됐다. 눈시린 파란 하늘과 부드럽게 부는 바람과 청록색 바닷물과 바다에 징검다리처럼 떠있는 푸른 섬들과 신비한 고대문명의 흔적으로 남아있는 유적들과 여행객의 호기심과 그리고 자유와 규범이 적절히 혼재된 배 안의 생활과 다양다종한 음식과 정성스런 서비스와 편안한 잠자리가 있는 크루즈 여행은 나의 색다른 체험이 될 것이다. 날씨는 어쩜 이리도 좋을까. 말 그대로 구름 한 점 없는 파란하늘이다. 백색의 배 트리톤은 피레우스 항을 뒤로하고 하얗게 바닷물을 가르며 에게해로 나가고 있다.

  유람선 트리톤은 무게 14,000톤, 길이 148m, 폭 22m, 속도 22노트의 배로 데크 면적이 총 2,137㎡다. 수영장 1개, 라운지 380석, 식당 380석, 카페 100석, 극장 100석, 고급침실 96실, 표준침실 242실 등을 갖춘 배로 총 수용인원은 676명이다. 승무원 수는 300명이다. 7층인 맨 윗층은 제우스 데크로 나이트 클럽, 바, 디스코 스테이지가 있고 6층 헤라 데크는 카지노, 극장이 있다. 5층 오우라노스 데크는 메인 라운지와 카페가 있고, 4층 아폴로 데크는 대 식당과 체력단련실, 맛사지 룸, 풀, 객실이 있다. 3층 비너스 데크는 객실과 리셉션 홀, 상점, 미장원과 사진실과 주 출입문이 있고 2층 디오니소스 데크는 객실과 병원이 있다. 그리고 1층 포세이돈 데크는 객실과 부 출입문이 있었다. 각층 데크는 그리스신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

동그란 창문이 있는 Triton호의 2인용 객실

선상 생활의 안전 훈련

  선상생활이 시작됐다. 먼저 우린 패스포드를 데스크에 맡기고 4층 메인 식당인 아폴로 홀에 가서 아이디(D39)를 보여주고 만찬테이블을 예약했다. 홀은 둘이 앉는 테이블에서부터 넷 , 여섯, 여덟, 열 그리고 그 이상의 그룹원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로 세팅이 되어 있다. 식사를 하며 담소와 친교를 할 수 있는 사교장인 셈이다. 식당의 호스트는 우리에게 영어를 할 줄 아냐, 부부가 다 하냐, 그룹으로 앉기를 원하냐, 부부만 앉기를 원하냐를 물은 후 만찬좌석을 정해주었다. 우린 창가 부부만의 자리를 원했다. 7시 만찬시간을 꼭 지켜달라는 부탁도 했다. 뒤이어 7층 갑판에서 모든 승객들이 모여 구명복을 입고 안전수칙에 대한 교육을 받은 후 함장과 승무원들의 사열을 받고 해산했다. 바다의 또다른 섬인 배의 안전을 환기시켜는 안전교육이 실제처럼 진지하다.

수영장 옆의 부페 식당

부페식당, 강당, 공연장으로 쓰이는 라운지

  점심식사가 시작됐다. 식사는 기호에 따라 선택 할 수 있도록 여러 곳에 준비가 되어 있었고 우린 악사들이 연주하는 생음악을 들으며 바다와 하늘과 섬을 보며 식사할 수 있는 갑판 위 부페를 택했다. 해양국가답게 해산물 요리가 다양하고 후식인 과일의 종류도 많다. 즐겁고 행복하게 식사를 하며 흔들림 없이 항해하는 배가 보여주는 감청빛 바다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한다. 배는 미코노스 섬으로 가고 있었다.

  점심식사 후, 메인 홀에서 크루즈 여행 전반에 대한 자세한 설명회가 있었다. 영어, 불어, 독일어, 스페인어로 설명을 하는데 시설물 이용안내와 지켜야 할 규칙과 기항할 다섯 섬의 볼거리와 요금, 소요시간 등 세세한 부분까지 안내를 한다. 물론 섬 관광은 옵션이다. 따라서 투어는 개인이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다. 우린 쿠사다시를 뺀 다른 섬의 관광은 모두 옵션을 신청했다. 쿠사다시의 에페수스는 97년 터키여행 때 갔던 곳이다.

미코노스 섬의 상징인 풍차

미코노스 섬 해안가의 작은 교회

  저녁 6시, 첫 기항지 미코노스 섬에 도착했다. 에게해 섬의 대명사라 불릴 정도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 미코노스 섬은 쪽빛 바다와 파란하늘과 석양이 아름다워 에게해의 진주, 에게해의 파라다이스라고 부르기도 하는 우리 나라 음료수 광고에도 등장한 섬이다. 자연뿐만 아니라 섬사람들의 따뜻한 인심과 맛있는 요리와 미코노스 타운의 세련된 분위기가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섬. 흥분이다. 얼마나 멋질까. 내가 알고있는 섬의 이미지들이 머릿속에서 돌아간다.

  버스로 섬의 중심지 미코노스 타운까지 왔다. 책에 소개된 대로, 사진에서 본대로, 눈길 닿는 곳 하나 하나가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다. 미로처럼 얽힌 골목 안 풍경은 교회도 집도 카페도 모두 작아서 한눈에 요기저기 다 들어온다. 작은 카페와 마주보고 있는 미니 교회는 대여섯 명이 들어서면 꽉 찰 것 같이 작은데 이콘성화와 성서와 제단과 화려한 제단보와 꽃이 정갈하게 놓여있다. 앙증맞은 미니 교회가 정답고 귀엽다. 이렇듯 섬에는 300개가 넘는 작은 교회가 있다니 역시 그리스는 종교의 나라답다. 꼬마들이 한바탕 신나게 뛰어 노는 골목 안 풍경이 정겹다. 골목골목 풍경을 즐기며 섬의 상징인 4개의 풍차가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언덕 위까지 왔다. 관광객들이 멋진 포즈로 풍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서서히 저물어 가는 바다와 섬과 풍차가 해질녘 운치를 더해준다. 바닷가로 걸어 내려왔다. 섬의 우상 페리칸 페드로가 관광객들 속에서 뒤뚱거리고 잔잔한 바닷물이 찰랑이며 발끝에 와 닿는 타베르나에선 낙조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의 눈빛이 꿈꾸는 듯 몽롱하다. 붉게 물들어 가는 석양이 반짝이는 바다를 연한 봉숭아꽃물빛으로 물들인다. 사람들의 얼굴과 마음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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