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의 고도(古都) 벨리코타르노보

2003. 5. 26 월요일. 맑음(여행 23일째날)

베리코 타르노보-부쿠레슈티, 중행거리 185㎞, 주유량17.83ℓ, 금액 KEV23.00-

 그리스 테살로니케를 떠나던 날부터 내내 비다. 불가리아의 전통과 역사와 문화가 숨쉬고 있는 고풍스럽고 격조있는 도시 분위기가 비때문에 더욱 차분하게 가라앉아있다. 벨리코 타르노보는 1185∼1396년까지 불가리아 제2 왕국의 수도였던 고도로 성과 성문, 파수대, 교회 유적지 등이 남아있는 성채가 언덕 위에 있다. 험한 산과 깊은 계곡, 높은 성벽에 둘러싸인 지형적 특성을 살린 성채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가파른 언덕에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특이한 경관은 벨리코타르노보의 상징이며 최대 볼거리다.

  그러나 우리에게 급한 건 쫄병을 구하는 일이다. 안경점에서 잡화점까지 뒤지며 쫄병을 찾았다. 묻고 찾고를 거듭하다 드디어 쫄병을 발견했다. 아∼ 쫄병. 두 개를 샀다. 지원군이 온 듯 사기충천한 기분이다. 남편은 절대로 자기 것은 내놓지 못한다며 확대경을 가방 속에 넣는다. 각자 보물 챙기듯 확대경을 챙겼다. 확대경 때문에 컷던 맘고생 끝. 일상에서 소소한 것 하나도 이렇게 소중하거늘…. 우린 벨리코타르노보의 유명한 공방거리를 걸으며 흥미로운 공예품들을 본다. 이곳은 전통적으로 금, 은, 구리 산지이며 산림이 많아서 나무로 만든 공예품들이 많다. 우리 나라 경주를 찾는 외국인들도 우리의 기념품들을 보며 지금의 내기분 같았으면 좋겠다.

베리코 타르노보의 차레베츠 성채

베리코 타르노보의 목각점에서

  우린 성채 차레베츠로 갔다. 잘 보존된 성채는 특이한 지형을 따라 쌓은 외성과 내성, 성채내의 궁전터와 건물터 그리고 복원된 궁전교회와 종탑 등이 있었다. 요새화된 성은 천연의 지리적 조건이 탁월해 견고한 방어요건을 갖춘 성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었다. 불가리아 역사의 중심인 차례베츠 성채와 절벽위에 솟은 구시가를 빗속에서 돌아보고 우린 국경도시 루세를 향해 떠났다. 오늘은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숙박할 예정이다. 다시 불가리아로 돌아올 때까지 아흐레를 보내게 될 루마니아다.

  불가리아는 신의 축복을 받은 비옥한 옥토를 가진 나라다. 푸른 초원이 바다를 이루고 지평선 끝까지 초록물결이 일렁인다. 풍요로운 땅에서 농업과 낙농으로 욕심없이 사는 사람들이기에 잘 웃고, 인정많고, 친절하고, 낙천적이고, 순박하다. 우리 나라의 조각보 같은 농토를 생각하니 농업경쟁력은 우리와는 게임 셋이다.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다. 국경까지 가는 동안 끝없이 계속되는 평원에 나의 감탄도 계속된다. 2시간 30분만에 국경에 도착했다.

  도나우 강 위에 있는 다리가 두 나라의 경계다. 불가리아 체크포인트를 지나 다리를 건너 루마니아 체크포인트 쪽으로 간다. 카메라와 비디오카메라를 가방 속에 넣었다. 말보로 담배를 꺼내 가방 속에 넣었다. 긴장이 된다. 다리를 건너자 거품 가득한 물을 뿜어내며 자동차에 묻은 세균을 소독한다. 그리고 입국검문소에 도착했다. 왜 그리 떨리는지. 숨을 죽인다. 남편이 서류를 들고 나간다. 나도 따라 나섰다. 여권과 서류를 살피고 이것저것 묻더니 통과다. 세관쪽으로 갔다. 루마니아 돈 레이를 환전해주고 입국세, 자동차세를 받는데 잔돈은 아예 거슬러 주지 않는다. 몇 군데를 더 거쳐 입국수속을 마치는데 30분이상이 걸렸다. 그리스나 불가리아보다 배 이상의 시간이다. 100유로를 환전하니 3백 5십만 레이 정도를 바꿔준다. 어마어마한 액수다. 낡고 더럽고 많은 지폐 한 보따리를 받았다. 여기서 68km떨어진 부쿠레슈티를 향했다. 국경을 무사히 통과한 것만도 감사(?)하면서….

  부크래슈티를 향해 가는데 경찰이 차를 세운다. 덜컹 가슴이 내려앉는다. 패스포드와 입국 수속증명서를 보여달란다. 체류기간을 묻는다. 우린 일주일 이상 머물며 몰도비아 지방까지 갔다 다시 불가리아로 돌아간다고 했다. 경찰관이 은근히 말한다. 불가리아 돈 레바를 루마니아 레이로 바꿔주겠다고. 환전차액을 챙기려는 경찰이다. 부쿠레슈티로 가는 ?60번 도로변은 딸기나 야채를 파는 시골사람들이 많고 말똥냄새가 나는 도로는 자동차 보다 마차가 더 많이 지나간다. 한눈에 낙후 된 곳임을 알 수 있다. 집시들이 이동하는 마차 떼가 줄줄이 지나가고 맨발로 마을 앞 공터에서 노는 아이들이 흙먼지 속에서 신바람이 났다.

  저녁 7시. 인파와 차량과 전차가 뒤엉킨 부쿠레슈티 거리는 소음과 무질서로 복잡하다. 부쿠레슈티는 생각보다 큰 도시였다. 다운타운까지 찾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건물의 경비원같은 사람에게 지도를 보여주며 여기가 어디쯤인지 표시해 달라니깐 시간만 끌지 소득이 없다. 떠날려는 우릴 붙잡고 담배없냐고 묻는다.

  어찌어찌 헤매다보니 아파트단지로 들어왔다. 차를 세우고 거리 이름을 확인하려는데 딸아이를 데리고 지나가는 젊은 여인을 만났다. 젊은 여인은 영어를 잘했다. 마침 다운타운으로 가는데 자기 차를 따라오란다. 그 여인의 차는 우리의 티브론이었다. 반가운 티브론. 시내 중심가 인터콘티넨탈호텔 앞에서 그 여인은 손을 흔들며 사라졌고 우린 근처를 돌아다니다 호텔을 찾을 수 있었다. 부쿠레슈티의 번화가 인터콘티넨탈호텔 앞 오픈 식당엔 저녁식사를 하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세련된 옷차림의 젊은이들도 상당히 많다. 걱정했던 루마니아 수도부크레슈티에 드디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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