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도시 올로모우츠

2003년 6월 16일 월요일 흐림(여행 44일째날)

브리노-올로모우츠-크로메리츠-브르노, 주행거리 243㎞,

 오늘은 브르노 북동쪽으로 60여km 떨어진 프라하 다음의 문화도시 올로모우츠를 다녀오기로 했다. 11세기의 세인트 벤체라스 대성당, 13세기의 시청사를 비롯하여 약 200여 개의 역사기념물과 1573년 설립된 대학이 있는 체코 보존도시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종교문화유산인 석주가 있는 올로모우츠는 가난한 멘델이 가정교사를 하면서 학교를 다니던 곳이기도 하다. 우린 여유로운  마음으로 펜션을 출발했다.

프라하도 그렇고, 브르노도 그렇고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길목에 목적지를 쓴 종이를 들고 동승을 원하며 서있는(히치하이크) 사람들을 흔히 본다. 늦은 시간에 여자 혼자서 택시타기도 주저되는 우리 현실에서 태워주는 것도 타는 것도 편치 않은 일인데... 우리가 옛날에 잃어버린 훈훈한 정이 아직도 남아있는 동유럽 시골여행은 그래서 낭만이 있고 매력이 있다.


 풍경화가가 그린 그림같은 자연을 보며 달리는 일은 더 없는 휴식이 된다. 종이, 비닐, 병조각 하나없는 깨끗한 길, 들쭉날쭉 제멋대로 지은 집 없는 조화로운 마을, 무질서한 간판은 눈을 씻고 봐도 없는 어울림, 널찍한 도로를 달리는 소형차들의 넉넉함, 서로, 같이, 함께가 있는 체코 풍경이 아름답고 여유롭다. 2시간쯤 달려 올로모우츠에 도착했다. 떠돌이 생활에 이골이 난 우린 감으로 정확하게 볼거리가 있는 구시가를 찾아간다. 제한시간인 2시간 주차료를 넣고 주차구역에 차를 세웠다. 석주가 있는 미루 광장은 여기서 멀지 않았다.

  

 올로모우츠 시청사의 천문시계

 올로모우츠의 삼위 일체 석주

 주말도 아닌 평일 오전의 미루 광장 분위기에 오히려 내가 놀란다. 체코는 지금 관광의 회오리바람 중심에 놓여있는 것 같다. 광장엔 수십명의 목공예가들이 모라비아 전통문양과 전승공예품들을 조각하고 있어는 광경이 장관이다. 많은 공예가들 중에서 유독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백발의 노 예술가. 그의 손에서 우람한 나무뭉치가 아름다운 여체로 변신하고 미녀탄생의 산고로 온 몸이 땀에 젖은 노 예술가의 열정이 인상적이다. 


 세계종교문화유산인 미루 광장의 삼위일체 석주는 유럽 바로크 시대의 종교적 신념을 잘 나타낸 걸작으로 성서를 조각한 석주의 수많은 조각들이 어찌나 유연하고 섬세한지 금도금으로 광채를 발하고 있는 모습이 숨쉬는 있는 생명체처럼 보인다. 그리스 코린토스 박물관에서 그리스조각을 보고 감탄을 했었는데 천 여 년의 세월이 지난 후대사람들이 만든 정교한 표현의 석주를 보며 다시 감탄과 감동을 주체못한다.


 광장 구시청사에도 프라하의 천문시계처럼 매시마다 음악과 종소리와 인형의 춤을 보여주는 시계가 있다. 6분이나 길게 들려주는 시계소리를 듣고 인파가 흩어진다. 물을 뿜어대는 거북이분수가 이채롭고 중세건축물들이 즐비한 골목마다 크고 작은 광장들이 이어진다. 자전거로, 도보로, 쌍쌍이, 무리져 모여드는 사람들. 왠지 이 광장에 서니 종점에 내린 기분이다. 더 갈 수 없는 땅끝 마을에 온 심정이랄까? 동양의 십장생인 거북이 분수가 성서이야기를 조각한 석주와 마주보고 있어서일까? 동과 서의 만남 같아서 친근감이 든다. 유럽의 볼거리는 구시가의 광장과 궁전과 성당과 박물관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러나 도시마다 볼거리의 느낌이 조금씩 다른 것은 삶과 볼거리와 어울리는 풍경이 다르기 때문인가 보다. 미루 광장의 생동감과 중세건물들과 광장으로 나온 사람들이 어울린 풍경이 한동안 잊고있던 멈춤과 안주를 생각하게 한다. 여기서 역마살을 그만 접고 여행을 멈춰버리고 싶다. 아직도 아득한 서울로 돌아갈 날짜를 헤아려보는 나.    

 

 크로메리츠의 왕실 저택

 

 왕실 저택의 대규모 정원

 미루광장을 떠나 시골길을 달려 작은 도시 크로메리즈로 왔다. 17세기 올로모우츠 대주교의 주거지였던 크로메리즈 성과 두 개의 부속 정원. 유럽의 전형적인 바로크 양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유적으로 평가되어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성은 15~18세기 화가들의 명화와 8만 8천권에 달하는 장서를 소장한 도서관으로도 유명하다. 월요일이어서 성은 문을 닫았고 불란서 벨사이유 궁전 정원을 본땄다는 사낭터까지 끝이 없는 정원만 눈으로보고 돌아섰다. 중앙광장을 중심으로 도시가 발달된 이곳도 중세 건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는 광장중앙에 예수상이 조각된 석주와 분수가 있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나온 젊은 엄마들이 분수가에서 얘기를 하고 꼬마들은 물장난을 친다. 내리기 시작한 저녁빛이 광장의 모습을 아늑한 파스텔 톤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47번 도로를 타고 브르노로 돌아오는 길에 내일이면 떠날 체코가 아쉬워 열심히 자연풍경을 비디오에 담았다. 사무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은 무뚝뚝하고 무섭기까지 했지만 그외의 모든 것은 나그네를 만족시켜준다. 그들의 태도도 문화의 차이에서 온 갭 같았다. 체코에서의 경험이 앞으로 동유럽 여행에 많은 밑거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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