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할 수 없는 것을 포기한 용기여!

2003년 6월 20일 금요일 맑음(여행 48일째날)

자그레브-류불랴나-제르자브카, 주행거리 30㎞,

 자그레브 2박3일을 끝내고 슬로베니아로 돌아가기로 했다. 아드리아해의 진주라고 부르는 보석같은 도시 두브로브니크와 스플리트 그리고 마르코폴로의 생가가 있는 코르출라 섬 등 은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그래서 우리여행의 종착점을 두브로브니크로 정했고 이태리와 마주보는 아드리아해 해안선을 따라 돌아와 귀국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차 없이 730Km나 떨어진 두브로브니크와 스프리트와 코르출라 섬까지 갔다오긴 아무래도 무리였다.

 

 오후 1시 5분 류블랴나행 기차표를 예매했다. 꼭 보고싶은 곳을 포기하고 돌아서는 마음이 아쉽고 속상하다. 포기할 수 없는 것을 포기한 용기가 대단하다고 억지로 위로해보지만 속은 활화산처럼 부글거린다. 렌트카 여행계획을 세울 때부터 크로아티아는 코스잡기가 껄끄럽더니 결국 미완성으로 끝나고 말았다. 몇 백년은 됐음직한 아름드리 가로수와 중후한 건축물들과 조각상들, 그리고 산책 나온 시민들의 건강한 일상에서 여유를 배우며 크로아티아와의 애틋한 안녕을 달랜다.

 자그레브 중앙역

 자그레브 국립극장

 기차는 정시에 출발했고 6인용 컴파트먼트에 어제 슈테판 성당 행사에 참석했다 돌아간다는 수녀님 한 분과 우리내외가 탔다. 냉방시설이 없는 실내는 한낮 더위에 찜통처럼 덥고 우리 여행에 양념처럼 끼어 든 짧은 배낭여행이 막을 내리고 있었다. 기차는 2시간 40분만에  류블랴나에 도착했고 우린 유스호스텔을 찾아갔다. 리셉션 아가씨는 슬로베니아에서 국제회의가 있어서 모든 숙박시설이 Full이니 시골로 가보라고 한다. 인포메이션 센터 젊은이도 버스로 1시간 20분 걸리는 Bled를 소개했다. 류블랴나엔 없다고. 날씨는 덥고 두브르니크를 포기하고 돌아왔는데 잘 곳 하나 없다는 설움에 그만 주저앉고 싶었다. 그러나 5시 30분이 다 된 시간,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었다. 주차장에서 차를 찾아서 브레드쪽으로 달리다 캠핑사이트를 찾아 시골마을로 들어갔다. 여기도 Full이다. 앞으론 본격적인 휴가시즌이어서 숙소 잡기가 더욱 힘들 것 같다.


 식당을 겸한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었다. 일박에 50유로다. 밭과 들이 고만고만한 슬로베니아 시골풍경이 오스트리아나 체코보다도 더 세련되고 깔끔하다. 유고연방이었던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 민족과 문화의 차이는 어떻게 형성되는 걸까? 아무리 물리적, 정치적으로 묶어놔도 서로 다른 원형은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인가보다. 미국이나 서유럽 렌트카 회사들이 슬로베니아를 인정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밤 1시가 넘은 시간. 게스트하우스 뒷뜰 카페에서 마을주민들의 정담이 두런두런 들리고 남편의 고단한 숨소리는 끊어졌다 이어지고 커다란 유리창 가득 밤하늘의 별들이 서로 얘기를 하는지 조금씩 다른 빛으로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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