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논할마 베네딕트 수도원의 예수님 상

2003년 6월 29일 일요일 맑음(여행 57일째날)

부다페스트-파논할마-브라티슬라바, 주행거리 242㎞, 주유량 36.81ℓ, 금액 HFT8,536-

 아침부터 호텔 앞 영웅광장에서 썸머 훼스티벌 준비로 시끄럽다. 여름엔 매주 일요일마다 열린다는데 대형 무대에서 Full 오케스트라 멤버들의 연습이 한창이다. 규모나 연주수준이 상당하다. 부다페스트는 음악만으로도 여러 가지 체험을 할 수 있는 문화도시라는 말은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떠나야하는 섭섭한 마음이야..... 9시 호텔을 출발했다. “이젠 귀로다” 슬로바키아 국경으로 향하는 설레임이 기분좋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도로변에 유적표시나 성을 안내하는 입간판을 보게된다. 유네스코 지정 베네딕트 수도원 파논할마(Panonnhalma) 15Km. 지금 시간은 10시 50분. 헝가리를 떠나기 전 마지막 선물이다. 파논할마는 밀이 풍성히 익어 가는 너른 들판 언덕 위에 있었다. 1000년 동안 변함없이 베네딕트회 수도원으로 현존하고 있는 수도원은 초기 기독교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곳이어서 유네스코에서 세계종교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고 한다. 외형을 깨끗하게 복원한 수도원은 천년세월을 느끼기엔 너무 산뜻한 모습이었지만 일부 드러난 이끼 낀 석축과 수도원 후원의 아름드리 나무숲과 오솔길 그리고 숲에서 천년 역사의 운치를 느낄 수 있었다.   

 

십자가의 예수 상은 얼굴이 하늘을 향해있다

 

13세기에 세워진 파논할마의 베네딕트 수도원

 수도원 내부는 극히 일부만 공개하는데 영어 안내팀 입장은 11시와 1시에 있다. 한시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서 우린 아쉽지만 수도원 외형만 보고 떠나기로 했다. 구름이 낮게 깔린 날씨는 밀이 익어가는 들녘과 우거진 숲과 새소리와 제비떼들이 비상하는 수도원 풍경을 더욱 신비롭고 경건하게 한다. 11시에 입장했다 나오는 관광객들 중엔 일본사람들이 있다. 동양인인 우릴보고 반가운지 눈인사를 보낸다. 수도원 밖 높이 서있는 십자가의 예수상이 특이하고 이채롭다. 하늘을 향해 원망의 눈빛을 보내고 있는 살아있는 예수님상. 처음 보는 형상이다. 예수님의 저 눈빛과 표정. 내가 가끔 허공을 보며 지워 보이는 눈빛과 표정과 닮았다. 자석에 붙은 듯 하늘을 올려다보는 예수상 앞에서 꼼짝 않는다. 알 수 없는 공감이 내 내면에서 지하수처럼 흐른다.

 

 살구와 산딸기, 무화과를 달구지에서 팔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달고 맛 좋은 살구1kg을 500원에 샀다. 맛보기로 먹어본 살구 씨를 내 주머니에 넣어 주면서 하는 할아버지의 바디랭귀지가 마임연극 수준이다. 해독한 결과는 맛좋기로 유명한 최고의 헝가리 살구니 씨를 버리지 말고 가지고 가서 마당에 꼭 심으라는 뜻인 것 같다. 나도 알겠다고, 그렇게 하겠고 고개를 끄덕였더니 쭈글쭈글한 손으로 살구를 한웅큼 더 집어준다. 어딜가나 자연을 닮은 시골인심은 넉넉하다.

 

브라티슬라바의 국립극장

 

브라티슬라바의 미하일 성문

 곧 슬로바키아 국경표시가 나왔고 서로 맞닿아 있는 국경 넘기는 이제 싱겁기까지 하다. 국경에서 20㎞ 떨어진 수도 브라티슬라바 센트름까지 왔고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58유로의 호텔도 쉽게 소개받았다. 동구의 민주화 이후 체코와 분리 독립한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다. 이 조그만 도시의 일요일 오후 센트름 풍경이 차분하면서 중후하다. 국립국장의 오페라 공연을 보러 가는 성장한 사람들, 야외 레스토랑은 메운 가족나들이, 깨끗한 거리, 아이들의 웃음소리 퍼지는 골목, 편안해 보이는 사람들의 표정. 안정감이 물씬 풍기는 도시다. 갑자기 따끈따끈한 쌀밥과 된장찌개와 김치, 참기름 한방울 똑 떨어뜨린 명란젓이 있는 밥상이 그리워진다. 내 평범한 일상이 너무 소중해서 빨리 돌아가고 싶다. 이들을 보면서.... 

오늘의 주행거리 : 242km  호텔비 : 56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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