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나치여!

2003년 7월 3일 목요일 흐림, 비(여행 61일째날)

오슈비엥침-비엘리치카, 주행거리 95㎞,

 나치의 제2 수용소인 아우슈비츠에서 3km 떨어진 비르케누우로 갔다. 한 마디로 소름끼침. 아우슈비츠는 이곳에 비하면 차라리 호텔 같다. 아우슈비츠보다 규모가 10배나 큰 비르케나우 수용소는 황량한 허허벌판에 끝없이 늘어선 막사와 감시탑과 고압전류가 흐르는 철조망이 한겹, 두겹, 세겹으로 둘러쳐져 있다. 수용소까지 유태인을 싣고 가치가 들어왔던 철길은 그 당시 그대로 끝이 보이질 안고 히틀러의 타민족 멸종정책의 최대 규모의 실행장소였던 끔찍한 살인공장에서 울부짖음으로도 표현할 길 없는 참혹함에 말을 잃는다. 녹슨 낡은 철조망인데도 얼른 손이 가지지 않는 섬뜩함이 몸서리쳐진다. 전시되어있는 나치 SS대원들이 오만하게 찍어놓은 사진들이 생생한 역사의 증언이 될 줄은 그들도 몰랐을 것이다.

 

오슈비엥침의 비르케나우 수용소의 정문

 

비르케나우 수용소는 폴란드 군 병영이었다

 젊은 멋쟁이 부부와 두 자녀의 사진 앞에서 그만 울음이 터졌다. 젊은 인텔리 부부와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4살쯤 된 사내아이와 유모차에 태운 딸아이가 함께 찍은 한 가정의 행복한 순간. 어제 아우슈비츠에서 본 공포에 질린 눈빛의 뼈만 남은 죄수복 차림의 유태인들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저들도 그렇게 죽어갔을 것을 생각하니 진저리가 쳐진다.

 

 제비떼는 무리져 나르고 이름모를 까만 잡새는 물 고인 웅덩이에서 벌레를 잡아먹고 있다. 고압전류가 흐르던 철조망을 따라 키만큼 자란 들풀들은 불어오는 바람에 시원히 흔들리고 저 멀리 옥수수밭 너머로 보이는 빨간지붕의 마을은 소름끼치는 참혹한 역사의 현장에 밑그림이 되어 이곳도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이 있는 곳임을 보여준다. 어제부터 우중충했던 날씨가 또 비를 뿌린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인간말살의 흔적들이 전시품으로 남아 있어서 소름끼치게 끔찍했다면 비르케누프 수용소는 거대한 죽음의 늪이라고 할까, 조여오는 죽음의 그림자에 몸서리쳐지는 생지옥을 실감할 수 있는 곳이어서 더욱 참혹했다. 어제 젊은 청년에게 아우슈비츠 가는 길을 물었을 때 알아듣지는 못하는 폴란드 말로 우리에게 욕을 하는 것 같았는데 차를 보고 독일 국적의 동양인인 줄 알고 그렇게 험상궂은 표정을 지었나 보다.

 

비르케나우 수용소의 목조 막사

 

1967년에 국제적인 모금으로 세운 위령비

 400만을 죽인 가스실은 폭파된 모양 그대로 보존되어있고 400만의 넋을 기리는 400만개의 돌로 만들어진 위령비가 비 뿌리는 날씨만큼 무겁게 서있다. 사진작가인 듯한 사람이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이곳 저곳을 촬영한다. 젊은 연인들도 침통한 표정으로 들러본다. 흔히 보는 젊은이들의 키스나 포옹하는 모습이 없는 유일한 곳이다. 3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마음은 비참하고 잔혹한 전쟁의 상처가 깊이 새겨진 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현재로 돌아올 줄 모른다.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수용소 안까지 설치된 기찻길 138개의 침목을 하나씩 하나씩 밟고 15분 동안 걸어서 수용소 입구로 돌아왔다. 인간의 잔인함의 끝을 어딜까.... 

 

 다시 찾아간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제2 수용소를 본 후여서 조금 차분한 마음으로 돌아보았다. 빗속에 역사의 현장을 떠났다. 떠날 땐 언제나 아쉬움을 안고 떠나는데 이곳은 무거운 짐을 벗은 듯 시원했다. 뒤도 돌아보고 싶지 않아서 힘껏 엑셀을 밟았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소금광산 비엘리치카로 떠났다.

 

비에리치카 소금광산의 조각품들

 

Janowice실의 암염 조각품

 오후 4시,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에 비엘리치카에 도착했고 숙소를 정한 후 소금광산을 찾아갔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우리 기업인의 책제목처럼 세상은 넓고 볼거리는 기막히게 많다. 이곳은 유수한 암영 채굴지로 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지하 100m되는 소금채굴을 끝낸 광산으로 소금으로 만든 조각상과 교회, 화려한 샹들리에, 파이프 오르간, 대연회장 등 상상을 초월하는 또 다른 지하 세상은 감탄으로도 모자라는 경이로움이다. 소금은 바다에서 나는 것이란 고정관념이 무색한 신기한 소금세상을 2시간동안 돌아보고 나왔다. 나치 수용소에서의 소름끼침을 소금광산이 깨끗이 정화시켜준다. 숙소인 모텔은 값도 적당하고 분위기도 좋다. 두툼하고 포근한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 덮으면서 이곳이 집이었으면 하는 생각. 끝나가는 여행의 조급함을 달랜다.

오늘의 주행거리 : 95km  호텔비 : 164즐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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