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지엔카 공원에서 쇼팽과 함께 한 시간들

2003년 7월 6일 일요일 비(여행 64일째날)

바르샤바, 주행거리 58㎞.

 감기기운으로 있는 옷을 다 껴입고서 쇼팽을 만나러 비 내리는 와지엔카 공원으로 갔다.  쇼팽 기념비가 있는 장미정원에서는 콘서트 준비가 한참이었다. 12시에 쇼팽 콩쿠르에서 1등을 한 1984년 생 젊은 러시아 피아니스트의 연주가 있다고 했다. 그야말로 왠 떡이다. 여름이면 매주 일요일 12시와 오후 4시에 연주회가 있다고 한다.

수면에 비친 아름다운 와지엔키 궁전

와지엔키 공원 호수의 섬에 있는 야외 극장

 우린 12시가 되기를 기다리며 18세기에 만들어진 바르샤바에서 가장 아름다운 와지엔카 공원을 산책했다. 폴란드의 비극적 최후의 왕 스타니스타프 아우구스트 포니아로프스키가 만든 공원은 왕의 여름궁전과 호수와 야외극장과 수렵장이 있는 한없이 넓은 공원이다. 정치적으로 무력한 왕은 1795년 주위의 강국인 러시아,오스트리아, 프로이센에게 폴란드를 분할 당하고 1918년 다시 독립될 때까지 120여년간 지구상에서 폴란드라는 이름을 사라지게 한 장본인이었다. 조국의 비극적 최후 가 있은 후 15년 만인 1810년 태어난 쇼팽은 사라진 조국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음악적 열정에 바쳤고 섬세하고 심약한 성격의 쇼팽 음악에는 격정과 애수, 비극성과 허무주의, 우수와 고독이 근원적으로 배어있다.

와지엔키 공원 쇼팽 동상 옆의 연주회

장미꽃 사이에 놓인 벤치에 앉은 연주회 관람객

 앳된 러시아 피아니스트의 유연한 손놀림에서 되살아나는 쇼팽의 혼. 쇼팽 음악 연주가 시작됐고 우산을 쓰고 공원을 가득 메운 청중들은 미동도 안고 음악에 빠져든다. 쇼팽의 기념비가 있는 야외콘서트 장은 가운데 원형의 넓은 빈 공간이 있고 그 주위로 붉은 장미가 만발한 장미정원이 말발굽형으로 넓게 퍼져있다. 그 뒤로는 울창한 숲이 드리워져있는 와지엔카 공원 남단이다. 청중들은 무대를 향해 원형으로 꾸며진 장미꽃밭 사이사이의 벤치에 앉거나 나무 밑에서 또는 장미꽃밭 사이의 오솔길에 서서 음악을 감상한다. 노인부터 아이를 대리고 온 젊은 부부까지, 바르샤바 시민들이 얼마나 쇼팽을 사랑하는지 전율이 느껴진다. 피아노의 시인 쇼팽의 화려하고 섬세한 음악 속에 녹아있는 조국에 대한 근원적 목마름을 이해하고 그의 체취가 있는 폴란드에서 더욱이 쇼팽의 동상이 있는 쇼팽 콘서트 장에서 듣는 감동을 어떻게 표현 해야할까? 네 생애 가장 감동의 순간이 될 것 같다. 쇼팽 음악을 좋아하는 나는 쇼팽 음악과 장미꽃향기가 그윽이 퍼지는 Here and Now가 삶의 끝이라 해도 여한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감동이 물결치는 행복한 순간이여.... 이 순간이 내겐 영원~이 된다.

비스와 강가의 인어상

자유를 위해 싸운 이들을 기리는 영웅 기념비

 벅찬 감동을 안고 구시가로 다시 왔다. 어제 시간이 늦어서 보지 못한 퀴리부인 생가를 찾아왔다. 1867년 중학교 교사의 막내딸로 태어나 파리대학을 고학으로 졸업한 후 불란서인 과학자 피에르 퀴리와 결혼한 퀴리부인은 라듐의 분리로 남편과 함께 노벨물리학상을 받았고 다시 금속 라듐의 분리로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제1차 세계대전 중에는 라듐요법에 의한 구호활동도 열심히 한 인간적으로도 매력적인 여성이었다고 한다. 영리하고 야무져 보이는 퀴리부인의 젊었을 때 사진이 실물크기로 2층 박물관 입구 벽에 붙여있다. 한국어판 안내 팜플렛이 있는 걸 보니 한국인들도 많이 찾아오는가 보다, 방명록이 있어서 뒤적여보았다.

“나 왔다간다. ooo개”

“~시의원  ooo개 ”

“ ~협회 의장 ooo 개" 

실망이다. 다시 뒤적인다.

“물리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훌륭한  연구를 한 퀴리부인. 우리나라에서도 퀴리부인 같은 훌륭한 학자가 꼭 나오기를 바랍니다. 아무개”

지동설을 제창한 니콜라스 코페르니쿠스 동상

빌라노프 궁전에 무지개가 드리워져 있다

 쇼팽이 파리로 떠나기 전에 살던 집 앞을 지난다. 쇼팽의 유언에 따라 그의 심장을 묻은 성 십자가 교회 앞을 지난다. 가로등 불빛에 비치는 바르샤바가 거대해 보인다. 자꾸 작아지는 우리. 우리의 5000년 역사에 남은 위대한 인물들에게 난 얼마나 열광해 봤을까? 와지엔카 공원의 쇼팽 음악이 계속 꽝꽝 내 귀를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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