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츠부르크로 떠나다

2003년 7월 19일 토요일 맑음(여행 77일째날)

뮌헨-잘츠부르크, 주행거리 155㎞.

 오늘은 모차르트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도시 잘츠부르크로 간다. 온통 모차르트 체취로 뒤덮여 있을 잘츠부르크로 떠나는 기대되는 마음을 아는지 날씨가 화창하게 개였다. 뮌헨 링 로드를 돌아 A10번 도로를 탔다. 도로는 오스트리아 알프스자락으로 휴가 떠나는 차량들로 꽉 찼다. 남부독일의 평평한 평야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알프스 자락의 변화무쌍한 자연이 얼마나 유혹적인 휴양지인지 여행을 하다보니 알 것 같다. A10 도로는 산업도로라기보다 레저용 도로 역할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잘츠부르크가 가까워지면서 웅대한 알프스가 모습을 드러낸다. 곧 국경에 도착했고 고속도로 사용료 스티커(3유로)를 사서 차에 붙이고 주유소에서 기름도 넣고 짤자하 강을 따라 잘츠부르크 유스호스텔을 찾아갔다. 숲에 둘러싸인 유스호스텔은 조용했고 정원을 손질하던 남자가 오후 5시나 되어야 리셉션에 사람이 나온다고 했다. 일찍 뮌헨을 출발한 덕에 이제 겨우 11시 20분이다. 역시 넓은 대륙 유럽은 나라와 나라 사이가 마치 이웃동네 가는 것 같다. 삼엄한 경계를 의미하는 국경 아닌 국경은 우리나라 휴전선 이외에 또 있을까싶다.

잘츠부르크 근교 레오폴츠크론 성

 

헬부룬 성의 정원에 있는 유리 온실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먹고사는 도시같다. 온통 관광객뿐인 거리에서 한국학생들도 많이 만난다. 우린 오후 2시에 출발하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투어를 신청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촬영장소를 찾아 잘츠부르크 시내서부터 근교까지 알프스의 수려한 풍광과 호수와 산자락 마을 등을 보며 영화에 얽힌 뒷얘기를 듣는 사운드 오브 뮤직 투어는 관광객들에게 모차르트 투어 못지 않게 인기있는 투어다. 잘츠부르크는 83년 첫 해외여행 때, 비엔나만 보고 가는 나에게 요한 스트라우스 홀에서 만난 필리핀 부부가 잘츠부르크를 보지 않으면 후회할거라고 한 말이 귀에 남아서 스위스 취리히로 가는 비행기 속에서 내내 잘츠부르크를 생각했었다.

 투어버스가 출발하고 사운드 오브 뮤직의 음악이 흐르고 영화 속 폰 트랍 대령을 닮은 중년남자 가이드가 영화얘기를 시작한다. 짤자하 강을 건너 중세풍의 건축물들이 즐비한 구시가지를 돌아 버스는 시골길을 달린다. 가이드의 베이스 톤 목소리하며, 분위기하며, 눈빛하며, 그는 뮤직가이드로써 프로다. 마치 모노드라마를 하고 있는 듯 배경음악이 깔린 그의 목소리 연기에 버스 안은 점점 영화속세계로 빠져들고 차창에 비취는 아름다운 잘츠부르크 풍광에 관광객들은 매료된다. 버스는 우릴 호수가 있는 궁전 앞에 풀어놓는다. 영화 속 폰 트랍 대령의 집. 마리아와 7남매 아이들이 뱃놀이를 하다가 물에 빠지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지금은 하버드 대학 소유가 된 Leopoldskron Castle은 여름엔 세미나도 하고 회의장소로 활용되고 있단다. 뒤이어 맏딸 리즐과 애인이 포옹하는 장면을 찍은 17세기에 건축한 헬브른 성의 유리온실이 있는 정원으로 갔다. 유리로 된 육각형의 온실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표정이 모두 영화 속 주인공처럼 환하다. 대령과 마리아가 결혼식을 올린 교회는 Mondsee 성당이란 원래의 이름은 제쳐놓고 아예 웨딩교회라 부른다.

 

몬드쎄에 있는 성당

 

잘츠부르크 근교 아름다운 호수

  아름다운 영화 속 장면과 촬영현장이 오버랩 되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딸아이의 전화다. 지금 어디냐고 묻는 딸아이가 어렸을 때 그렇게 좋아하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이다. 나도 내내 딸아이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서로 마음이 통했나보다. 이심전심이란 말, 텔레파시란 말이 이렇게 적중할 수가.... 엄마! 좋겠다를 연신 되풀이하며 전화를 끊지 못한다. 4시간의 투어를 끝내고 다시 쉔부른 궁전으로 돌아오면서 명 가이드는 명언을 남긴다. 사운드 오브 뮤직이 아니라 사운드 오브 머니 라고... 그랬다. 그의 증언처럼 영화 한편 잘 만들면 그 부가가치가 엄청남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가지 아쉬움은 명가이드의 재미있는 얘기를 잘 알아듣지 못한 내가 영어공부 열심히 안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한다.

 쉔부른 궁전 뒤편 거리가 왁자지껄 요란하다. 귀청을 때리는 음악소리와 열광하는 사람들의 환호소리. 대단한 일이 벌어지고 있나보다. 광란의 소리를 따라 정원 뒤편거리로 갔다. 여름 재즈 페스티벌이 벌어지고 있었다. 요란하게 전위적인 페인팅을 한 대형트럭들과 행진하는 젊은이들. 밴드의 연주에 맞춰 트럭 위에도, 거리에도 춤을 추는 젊은이들로 넘쳐나는 축제행렬. 말 그대로 광란의 도가니다. 뒤죽박죽(?) 색칠을 한 수십대의 대형트럭들이 줄지어 지나가고 요상하다 못해 민망하기까지한 헤어스타일과 옷차림의 젊은이들이 트럭 위에서, 트럭을 따라가며 섹시한 춤을 춘다. 원색의 물결~ 물결~. 거의 알몸이다시피 한 몸에 물총을 쏘아대고 색색의 스프레이를 뿌리는 광란의 몸짓에 도로는 아수라장이다. 현란한 음악과 기상천외한 발상의 재즈 동아리들의 차림새와 구경꾼들의 환호까지 어울려 잘츠부르크의 7월은 용광로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한시간이 지났는데도 공연트럭의 행렬은 계속되고 젊음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작은 도시 잘츠부르크는 옛날을 그대로 보존하며 현대를 숨쉬는 제멋에 겨운 매력적인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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